제25회 김달진문학제/마리아 미스트리오티/시낭송/Maria Mistrioti/서정시학TV/Lyric poetry poetics
1. 밤이 다가오고 있기에…
난 기억만을 그리려 한 게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있던 매 순간을 그리려 했지요
난 현재를 불태우며
여행해요
미래는 인과율에 갇혀 있지요
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어요
이별을 슬퍼하며
-여행의 부적처럼-
로즈마리 가지 하나를,
그들의 붉은 눈물을 담고 있는
잘 익은 석류 한 알을
젖은 땅에 남겨 놓고 떠나는
마을 여인네들처럼요
2, 바람과 네비게이터
“배에서 온갖 씨름을 다 한 후,
우리는 앉아 있었고, 바람과 조타수는 항해를 계속해 나아갔다”
(『오디세이』 11. 9-11)
난 아직 신화를 저버리지 않았다
난 당신에게 몇 마디 글을 쓰려 한다
이렇게 해서 피 흘리는 육신을
봉합해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첫 단어를 마지막 단어에 밀착시켜
우리 사이 간격처럼 씁쓸한 키스 같은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낼 것이다
3. 난 간단한 말로
당신에게 글을 쓰고 있다
그 혹독한 바다의 운무를 뚫고
수수께끼 사이를 헤매며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밤이면 인어들의 노래에 답하고
사물의 저편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
4. 밤을 떠도는 키메르족 같은 바람이
닫힌 창을 거세게 후려친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밤마다 벽난로 불을 밝히고
오래된 램프에 다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늙은 개를 문 앞에 묶어 놓는
사람들–몇 안되지만–에 대해.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5. 그래서 난 사랑을 주장하는 거다
사랑은 길고 위험한 여행이나
전설적인 키메르족의 땅을 지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바람에 노래가 바스러지고
수천의 래스트리고니아인 들이 그 소리에 답할 때
난 고요히 앞으로 나아가리라…